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운행한 전동차. 철도박물관. 2013년.
지하 서울역에서 남영 역을 향해 전철이 달릴 때 갑자기 대부분의 조명과 냉난방 장치가 꺼진 경험을 해 보았는가? 남태령 역에서 선바위 역을 갈 때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. 열차가 '사구간'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.
사구간. Dead Section. 철도 마이나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 말을 요즘은 '절연 구간'이라고 고쳐 부른다. 아무래도 어감이 썩 좋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.
전기 철도가 달리려면 전기가 꼭 필요한데 전기 공급 방식이 바뀌는 두 지점 사이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사구간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. 사구간이 없으면 전기 특성이 다른 상태에서 합선이 생기거나 불꽃이 튈 수 있고 심하면 집전 장치가 망가지는 큰 사고가 날 지도 모른다.
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이 구간을 빠져나가려면 기관사는 더 집중해야 한다. 전기가 없으므로 전철은 스스로의 동력으로는 사구간을 빠져나올 수 없다. 그래서 기관사는 사구간이 되기 전에 충분히 속도를 올려서 그 관성으로 열차가 이 구간을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.
사구간을 지나는 동안 제일 중요한 것은 절대로 멈추면 안된다는 것이다. 만일 속도를 완전히 잃고 전동차가 사구간 안에서 멈추면 더는 스스로 달릴 수 없어 구원 기관차를 기다려야 한다. 그나마 켜진 조명 몇 개도 배터리가 다 소진되면 꺼져버린다.
어쩌면 지금 우리는 사구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. 여기서는 동력을 사용해서 속도를 높여서도 안 되고, 속도를 떨어뜨려서 기차를 멈추게 해서도 안 된다. 지금까지 달려온 힘에 의지해서 속도를 유지하면서 사구간을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.
사구간은 반드시 끝이 있다. 언젠가 사구간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 열차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.
중요한 건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!